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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랑지구 관람 후기 - 97도씨의 끓기 직전 물, 우주영화의 마라탕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19. 4. 21. 03:20반응형
안녕하세요, 오늘은 ‘유랑지구’를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중국에서 제작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알리타 배틀엔젤이 개봉하던 2월 중국에서 개봉했고 역대 중국 흥행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예고편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영화의 스케일이 우주급이고 굉장한 크기를 자랑하더군요.
SF영화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까운 미래, 태양이 점점 거대해지고, 이에 지구는 온갖 재해가 발생해 인구의 절반이 죽는 위기에 빠집니다. 지상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세계는 연방정부를 꾸리고, 지하도시를 건설하여 남은 인류는 지하도시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 곳곳에 거대한 추진기를 설치하여 광속의 0.05%속도로 태양계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안착시키는,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됩니다. 17년동안 무사히 항해를 하지만 거대한 목성의 중력에 휘말려 지구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
영화의 첫인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순수하게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cg나 영상미가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범우주급 스케일의 화면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이젠 중국에서 이런 블록버스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로는 SF장르의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아이맥스 버전으로 상영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배급 일정상의 문제로 그냥 일반 버전으로 상영 중입니다. 되도록 큰 스크린이 있는 곳에서 상영하시기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크레딧을 보니 덱스터 스튜디오 등 한국의 CG 기업들이 많이 참여했더군요. 꽤나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프레임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의 영상을 만들어낸 것만으로 훌륭하다고 봅니다.
2.
그와 반대로 이야기나 영화의 흐름은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이 온갖 CG장면 위주의 보여주기식이 강합니다. 마치 작년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 갑작스럽게 공룡이 나타났던 급의 연출이 계속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혹시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고 보시는 분이라면 사람에 따라 관람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끊임없는 상황 전환, 끊임없는 CG 자랑까진 이해하겠지만 그로 인해 갑자기 컷이 넘어갈 때마다 누군가 다치고 죽는 상황이 계속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로 인해 영화의 완급 조절도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강약 조절보다 강강강강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3.
‘중국 국뽕’이라는 말이 있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그렇고 갑자기 중국 자본이 개입되는 순간 영화가 중국 만세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죠.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그러했고 그보다 순한 정도로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같이 비중있는 조연의 출연 정도로 중국의 존재감은 요즘 많이 등장을 합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초거대 블록버스터 유랑지구 영화는 더 강한 중국 중심의 연출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 중심, 속된 말로 중국 국뽕스러운 장면이나 연출은 배제된 느낌이었습니다. 아예 없진 않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억지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것보다 더 거슬렸던 부분은 신파였습니다. 아시아의 작품답게 가족애가 부각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 가족애가 발휘되는 부분의 연출이 부자연스러웠고, 감정 이입이 잘 안되었습니다. 장면 순서 배치가 뒤죽박죽인 부분도 몇 있었습니다.
4.
강한 장점과 강한 단점이 존재하는 영화 유랑지구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SF 영화를 대규모급의 영화로 만들어내는 중국 영화 시장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 SF영화 명작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영화 유랑지구에 대한 제 평가는 ‘평작’입니다.
할리우드가 아닌 중국에서 만들어낸 화려한 CG와 스케일은 놀랍고 훌륭했지만, 편집이나 연출, 이야기의 흐름이 그걸 다 갉아먹는 아쉬운 면도 많은 영화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 다 섞여진 마라탕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제대로 잘 갖춘 이야기만 있으면 정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릴 명작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100도씨 끓기 직전에 97도까지 가열된 뜨거운 물 같은 느낌입니다.
보고 나서 이것과 비슷한 느낌의 우주 영화가 무엇이 있나 생각해봤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아마겟돈이 떠올랐습니다. 아마겟돈의 동양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맥스 버전으로 상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영상을 일반 상영관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
온 가족이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
이 영화의 크레딧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종이가 만들어지고 한문에 글이 적히면서 소설 책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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