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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세컨즈 후기 (Dvizhenie vverkh, Going Vertical, 2017 Review) - 박진감 넘쳤던 세상에서 가장 긴 3초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19. 6. 23. 04:28반응형
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영화 ‘쓰리 세컨즈’의 후기입니다.
2017년에 러시아에서 개봉한 영화이며, 당시 무려 2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상당히 흥행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개봉 이후 2년이 지난 2019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정식으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의 농구 종목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농구 최강의 국가 미국을 상대로 오합지졸이었던 소련 농구팀이 한데 모여 올림픽 결승전에서 3초를 남겨두고 역전승을 거두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1.
영화는 전체적으로 장단점이 매우 뚜렷했습니다. 관람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초중반까지는 영화의 흐름 자체가 상당히 어수선하고 컷이나 편집 등에서 어설프고 서투르고 조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오합지졸인 팀워크를 반영한 감독의 의도였다면 좋겠습니다.) 약간 뜬금없이 영화가 진행되는 면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내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농구 경기 장면은 제가 봤던 스포츠영화 중에선 손꼽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농구 경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서 초중반이 빈약해진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잘 만들어졌습니다.
2.
농구 경기 부분에선 미국과 소련의 스코어, 그리고 남은 시간이 자막으로 뜹니다.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에 슬로우 모션이 입혀졌습니다. 슬로우 모션이 과하게 적용 된 것을 제외하면 농구 경기 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빠른 컷 전환을 통해 양 팀 선수들 간의 긴박함과 두 팀의 감독 사이의 심리전과 전략을 보여주고,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은 역동적인 농구 경기를, 그리고 자막을 통해서 관객이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파악하도록 하여 지루했던 초중반과 달리 완전 몰입해서 보게 만드는 재주를 부렸습니다.
마치 작년에 개봉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처럼 완전히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3.
그 외의 단점으로는 소위 ‘국뽕’이 강하게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감동의 농구 경기장면이 지나고 엔딩 크레딧으로 넘어오면서 구 소련의 영광에서 러시아 체육 선수의 경기 모습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넣으면서 후반부의 몰입감과 여운과 감동이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물론 이 영화가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한 걸 감안해야겠죠.
그 외에도 2019년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지만 오로지 소련의 승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진통제나 마취제 등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부분이나 일부 대사 등) 그리고 굉장히 과거 미화와 신파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 있습니다. 영화 관람에 있어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이 영화에 대한 제 평가는 ‘수작’입니다.
과거 미화가 상당히 있고, 소련 국뽕이 상당하지만 냉전 체제에서의 두 강대국의 자존심, ‘공화국’, ‘국가’에 억압받는 당시 소련 사람의 모습, 그리고 중후반부터 펼쳐지는 손꼽히는 농구 경기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시아 영화는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집중하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일반 관객 분들에겐 킬링타임 팝콘무비로 손색이 없겠지만, 스포츠 특히 농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농구 경기 장면만큼은 정말 공들여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팍 드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제가 영화를 봤던 주안역cgv에서도 저 혼자서만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서툴지만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고 재미와 몰입도가 상당한 영화임에도 상영관 배정이 잘 안되었더군요. 안타깝습니다.
+
온 가족이 봐도 괜찮습니다. 다만 자녀에게 ‘소련’이 어떤 국가인지에 대해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쿠키영상은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영상 외엔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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