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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더 이상 이렇게 양산형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영화 발신제한 관람 후기 (HARD HIT REVIEW)
    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21. 6. 2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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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실버입니다.

    오늘 623일 수요일에 간만에 한국영화인 발신제한이 개봉했습니다.

    직장에서 일찍 퇴근해서 간만에 평일에 영화를 개봉 당일에 집 앞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는 스페인의 영화 레트리뷰션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자동차 밖에서 나가면 터지는 폭탄이 설치된 점, 돈을 이체하라는 범인의 요구 조건 등에서 꽤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예고편을 보면서 굉장히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이 작품의 감독인 김창주 감독은 굉장한 몰입을 선사했던 더 테러 라이브의 편집감독을 담당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장편 작품 감독으로 데뷔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동차라는 한정된 공간, 행동적 제한 등으로 이전에 참여했던 작품만큼 굉장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선사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바른은행 센터장 성규(조우진 배우)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평범하게 출근길을 나섭니다. 그러던 중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온 의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의자 밑에 폭탄을 설치했고 섣불리 차량 밖으로 나가다간 폭발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한 장난전화로 여겼던 성규, 하지만 같은 전화를 받았던 직장 동료의 차량에서 실제로 폭탄이 터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는 범인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위해 목숨을 건 부산 시내 질주를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펼쳐집니다.

     

     

     

     

    후기를 말하기에 앞서 일단 저는 원작을 관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충 어떤 설정인지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든 생각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확실히 시작부터 중반까지의 앞부분은 거센 이야기가 휘몰아치는 폭풍의 중심으로 바로 직행하듯 상황이 전개됩니다. 90여분의 상영시간답게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간략하게 훑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리고 사건이 시작되고 발단이 되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황에 던져지는 이 과정이 적당한 속도로 이어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빈틈을 허용하지 않게 대사나 행동을 통해 간을 보게 하여 긴장감을 잘 유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반 이후부터입니다. 미칠 듯이 질주하던 차량이 드넓은 해운대 해수욕장 한 가운데에 멈추는 순간, 영화의 전개도 흐름도 긴장감도 그냥 사라집니다. 전반부는 정말 작심하고 태풍의 눈으로 맹렬히 돌격했지만 정작 태풍의 눈에 도착하니 태풍은 소멸하고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목적과 목표가 희미해집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중반의 긴장감과 집중은 여기서 풀린 이후 마지막까지 관객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탄탄하던 집중력과 개연성이 그냥 사라집니다. 일단 경찰이 전체적으로 무능하고 조율이 안 되는 것처럼 나옵니다. 이 작품속의 경찰은 그저 주인공의 행동을 저항하기 위한 엑스트라급으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인물들의 상황이나 배경 설정이 아쉬웠습니다. 중반부부터 얼굴을 비추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성격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행동과 대화만 비춰질 뿐입니다. 제한적인 상황의 성규와 폭탄이 설치된 지 모른채 현장에 나온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주인공인 성규와 그 외 인물들 간의 묘한 심리의 교류, 신경전을 통해서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또 작품 속의 인물들은 서로 본인만 짐작을 하고 남에게 말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입니다. 상호 작용이 아니라 캐릭터 하나씩만 움직이는 턴제 RPG 게임의 진행처럼 느꼈습니다.

     

    결말 부분으로 가서는 신파적인 가족애가 강조되고 사회적인 면으로서 생각할 요소를 관객에게 던집니다. ,중반의 그 긴장감 있고 탄탄한 전개의 흐름이 놓이고 중반부턴 갑자기 이상한 요소들을 막 섞어버리니까 분명 90분대의 상영시간이 갑자기 120분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을 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최근에 봤던 90분대의 상영시간 영화 중 가장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자동차 밀실 스릴러 액션이 주이면서 신파도 있고, 가족애라는 감동 요소도 있고, 사회적인 주제 의식(일부에선 2011년도에 있었던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연상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도 갖추고 하다 보니 이거 어디서 비슷한 게 있었는데 생각이 듭니다. 바로 지난 4월달에 개봉했던 영화 서복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https://creativesilver.tistory.com/801

    당시 영화 서복 후기를 작성하면서 영화를 만들 때 작중의 요소들을 수치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더 넣어 인위적으로 균형을 맞춘다는 식의 글을 적었는데, 이 발신제한 영화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고 느꼈습니다. 서복은 브로맨스를 주로 하고, 발신제한은 자동차 액션 스릴러를 주로 하고 나머지를 고루고루 넣을 수 있는 곳에 넣은 느낌입니다. 나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원했는데 초코 아이스크림 위에 여러 맛의 토핑이 올려 졌다가 결국엔 다 녹고 나선 여러 맛이 뒤범벅된 아이스크림이었던 무언가의 액체를 먹는 느낌입니다. 굳이 여기까지 신파를 넣는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J제작의 영화들, 2연속으로 너무 인위적으로 종합 요소를 넣는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듭니다. 하나의 장르에만 충실한 작품이 나와 줬으면 합니다.

     

     

    단점을 이야기 했으니 이제 장점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부산의 해변가를 볼 수 있었던 건 좋았습니다. 특히 해운대의 해변과 마린시티의 경치를 이토록 비중 있게 담은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부산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풍경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도심 한 가운데에서 도로 외에 달릴 수 있는 긴 공간이 해변밖에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대 해석이긴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부산 저축은행 사태를 참고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발신제한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은 주연을 맡은 조우진 배우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석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위협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 범인에 대한 분노 등 정말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보여줍니다. 거의 혼자서 이 영화를 이끌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큰딸 혜인으로 연기한 배우 이재인의 존재감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는 얼굴 표정이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정리하자면 발신제한은 어쩌면 한국영화의 새로운 액션, 추격, 스릴러물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점점 사라지는 개연성과 작위적인 전개, 인위적인 요소들로 인해 그 장점들이 많이 퇴색되어 아쉬웠습니다. 초중반까진 강렬한 액션 추격 장르로서 기억될 수 있었지만 결국은 이도저도 아니게 된 작품이 되어버린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른 한 편으론 1개의 장르엔 1개의 장르에만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J의 최근 영화들이 너무 안정적으로 가려다 보니 인위적인 느낌이 요즘 많이 듭니다. 서복 때도 말했지만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형 자본이 이렇게 나오면 한국 영화 시장이 참신함을 잃고 획일화될까 걱정됩니다.

    개인적인 영화 발신제한에 대한 제 평가는 평작입니다.

    온 가족이 보셔도 괜찮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감을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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