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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반게리온:3.0+1.01) 감상 후기와 개인적인 과대 해석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21. 8. 18. 20:08반응형
안녕하세요, 실버입니다.
지난 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하여 일본에서 극장 상영했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마지막 작품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전작들이 국내에서 개봉을 했기 때문에 이번 마지막 작품도 국내 개봉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전 세계 아마존 프라임 동시 공개로 인해 극장 개봉의 기대감을 소멸시켰습니다.
바로 직전의 작품이었던 Q가 한국에서 2013년에 개봉했으니
무려 8년여만의 후속작이고, 신극장판만으론 14년, 에반게리온 전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25~26년만에 모든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 나온 셈입니다.
이전에 봤던 신극장판 중에선 서와 파는 기억이 많이 났지만 Q는 굉장히 이질적인 작품이라 Q부터 다카포까지 봤습니다.
이번 글은 Q에서부터 다카포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보면서 느낀 점을 조금 풀어보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Q에서부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든 장편 작품을 훑어보며 어떤 흐름이었을지, 그리고 제 개인적인 소감을 곁들이며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서론 1 : Q를 다시 보고
Q를 극장에서 본 이후로 이번에 다시 제대로 관람했습니다.
제가 Q부터 다시 보기로 한 것은 기존의 서와 파는 새로운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기존의 구판(엔드 오브 에바 이전의 구극장판과 TV판을 포함)의 틀을 유지하는 형태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Q부터는 구판에서 벗어난 신 극장판 시리즈만의 이야기로 새롭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작품 내적으로 봤을 땐 정말 새로운 상황에 던져진 신지와 관객이 동일시되고, 그로 인해 신지의 상황에 공감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진행되는 전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에반게리온을 다시 보니 좀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턴 제 개인적인 시점에서 과대해석을 하는 내용입니다. 참고해 주세요.
에반게리온은 작품 자체가 거대한 수수께끼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작품 내에서 모든 힌트와 해설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선 애니메이션 외에도 게임, 코믹스(만화책)까지 훑으며 각 매체들의 공백을 채우고, 보는 이마다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작품 외적인 영역까지 찾아나서야 하는데 이 작품에 쓰인 레퍼런스, 오마주의 영역도 상당히 넓습니다. 음악적으론 캐논, 시각적으론 안노 감독이 작업했던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물론 1968년에 개봉했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그동안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한 지적 영역의 총정리라고 보는 것이 그나마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극장판의 서는 2007년, 파는 2009년에 공개됩니다. 그리고 2011년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Q는 기존의 에반게리온에 없던 새로운 영역의 내용으로 2013년에 공개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Q는 알게 모르게 동일본 대지진이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Q의 세계관을 현대의 일본으로 놓고 보면 작품 속 전개와 갈등 구조가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수 차례의 임팩트를 현대 일본에 영향을 끼친 대사건이라고 봅시다. 예를 들어 세컨드 임팩트는 버블 경제가 무너진 일본을, 서드 임팩트를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두는 것입니다. 네르프는 일본의 자민당을, 뷜레를 일본의 입헌 민주당으로 두고, 인류보완계획을 일본의 평화 헌법 9조를 폐지한 우경화의 완성이라고 본다면 Q에서 일어나는 일이 뭔가 훨씬 더 집중이 잘 될 것입니다. 주변 인물들은 말 그대로 주변 국가, 세계가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작중에선 신지가 한 행동의 진실을 알려주고 자기 몫을 다하고 책임을 지라는 대사를 날립니다. 현실 세계로 꺼낸다면 과거의 영광에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고 양심있게, 책임지라는 요구로 볼 수 있습니다.
작품 내적으로 혼란을 겪는 신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로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분명 과거에 윗세대들이 무언가를 했고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왔지만 외부에선 진실을 마주하고 책임 질 것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카오루는 모든 것을 구원하며 모든 책임을 떠안고 순순히 자기의 길을 걸어갑니다. 사실상 능력으로는 절대자에 가까운 카오루를 통해 일종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국내에 개봉했을 당시엔 그저 혼란스러운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은 뒤에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어떻게 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우경화를 우려하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담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과대 해석입니다.
-서론 2 : 긴 공백 사이의 신 고지라
자신의 모든 지적 영역을 총 정리한 에반게리온. 그리고 기존과 완전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 나감을 선언한 Q. 하지만 이제 남은 작품은 단 하나. 안노 감독은 후속작이자 최종편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잠시 신 극장판 제작에서 벗어나 실사 영화로 잠시 눈을 돌립니다. 그것이 바로 신 고지라입니다.
신 고지라는 괴수물이라기보단 하나의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재난물에 가까웠습니다. 2시간 남짓의 상영시간 동안 절반은 일본 내각들이 회의하는 장면만 주구장창 보여줍니다. 그 사이에 고질라는 본토에 상륙하고 모든 세상을 불바다로 만듭니다. 그 동안 수많은 회의를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한 것입니다.
일본의 관료제에 대한 풍자로서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실제로 코로나19에 일본이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오히려 증명을 해버린 작품이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Q에 대한 제 독특한 관점으로 본다면, 신 고지라는 Q의 공개 이후
도쿄올림픽 유치 확정을 기점으로 아베노믹스 경제 정책을 통해 정권의 본격적인 우경화에 대한 일종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 정권의 우경화는 결국 2019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한국 수출 규제를 통해 정점을 찍게 됩니다.
-본론 :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속 에반게리온:3.0+1.01
신극장판 시리즈의 최종편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감상하고 든 생각은 '정말 훌륭한 결말을 맞이했구나'였습니다.
신극장판의 이전 작품들보다 약 1시간 정도 더 긴 155분의 상영시간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큰 줄기에서 마무리를 맞이했습니다. 절망적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회를 노리는 두 세력과 화려한 전투, 그 속에서 에바 파일럿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Q는 가혹하고 절망적이었다면 최종편은 활력이 넘치고 희망적인 분위기입니다.
초 중반의 드라마적인 내용엔 호불호가 꽤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의 커플링, 세세한 설정이 부족합니다. 특정 커플의 경우 친해지게 된 계기가 전혀 시리즈 전체에서 찾아 볼 수 없는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 각종 뒷 이야기들이 초,중반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안노 감독이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분의 각본을 처음부터 다시 쓴 일이 있었다고 했는데
서, 파, Q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이 경과되며 Q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인물에 대한 설정을 부랴부랴 설명해주는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구작들과 달리 가볍고 친절하고 쉽게 이야기 해 준 것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감상하면서 좋았던 것은 영상미였습니다. 신극장판에서 가장 상영시간이 긴 작품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의 화면 구성, 미장센이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Q의 영향으로 인해 세상이 붉게 변한 풍경 역시 빨간 색상의 색감이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후반 절정으로 가면 갈수록 펼쳐지는 화려한 연출 역시 굉장했습니다. 기존 에바 시리즈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규모의 전투, (특히 옛스러운 느낌의 음악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가 연상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한 화면 분할 효과 등이 굉장했습니다. 그리고 구극장판에서부터 신극장판까지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모든 배경을 훑는 연출 역시 종지부를 찍는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중간중간 CG가 사용되었을 때 오브젝트가 많이 나오는 장면에서 프레임이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이번 작품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일단 Q 이후의 일본의 상황은
동일본 대지진의 위기에서 일어나 아베노믹스와 도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을 재건하고
그 후로 우경화를 통해 일본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코로나19로 모든게 멈췄습니다.
2020년에 개막을 예정했던 올림픽은 1년이 연기되었고, 모든 계획을 세우고 정책을 펼쳤던 아베 총리는 건강 상의 이유로 사퇴합니다.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 규제는 점점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방역 대책은 낙후된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무너집니다.
이로 인해 에반게리온 극장판 역시 개봉이 연기됩니다. 해를 넘기게 된 것입니다.
Q 개봉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본 개봉 소식에 한국에서도 개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졌지만 한국어 더빙까지 진행되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공개되었다는 소식에 약간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집에서 TV로 보고 확실히 이번 작품은 영상미가 엄청 뛰어나서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선 아이맥스 포맷과 4DX 포맷으로도 상영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웠습니다.)
이제 위에서도 적용하던 과대 해석의 시점으로 이번 작품을 보며 가진 생각들입니다. 가장 먼저 첫 장면의 공간적 배경은 파리입니다. 파리에서의 첫 시퀀스는 이미 사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L결계로 인해 붉게 물들어 오염이 된 구역을 정화시켜 네르프 유럽지부를 복구한다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왜 하필 프랑스 파리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대 해석을 한다면 프랑스 파리는 도쿄 올림픽 이후 차기 하계 올림픽 개최지입니다. 네르프의 방해 공작 속에도 결국 파리 구역을 정화시키는데 성공하는데 이는 네르프의 우경화적 사상, 전체주의적 사상을 극복하는 상징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구판과 신극장판을 통틀어서 네르프의 유럽지부는 독일에 위치해 있었고, 에반게리온 세계관 전체적으로도 프랑스 파리보단 독일이 더 비중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아스카의 배경지이기도 하고 미사토와 카지가 들어온 지부이기도 합니다. 굳이 독일이나 영국을 제치고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을 했던 이유가 이런 것을 담아내기 위함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메세지는 희망과 생존이었습니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일을 겪고 난 뒤에도 꿋꿋하게 주어진 상황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을 자신의 힘으로 나서 극복한다는 것, 그리고 모두를 위한다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반게리온:3.0+1.01)은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결국은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과대 해석의 시점으로 현대 일본에 빗댄다면 평화적으로 과거를 책임지고 주변과 협력하는 자세의 일본을 기원하는 바람을 담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론 :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완결을 보고 나서
이렇게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완료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매우 고생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에반게리온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말 그대로 '에반게리온의 주박'의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실사 영화인 신 고지라 역시 에바와 비교되고 저 또한 에반게리온의 시리즈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극장판의 완결은 시원섭섭함이 들었습니다. 제작자인 안노 감독에겐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작품이 완결된 것은 아직 적응이 안됩니다. 여운이 꽤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끝났을 때보다도 더 강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로서 작품은 멈춰있지만 팬들의 해석으로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 활기찬 생명력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완결로 인해 더 이상의 문제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언젠가 이 작품이 지닌 생명력도 꺼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2021년 현재 '구닥다리 옛날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점에서 더 이상의 후속작은 없다고 선언하는 이번 작품이 참 시원섭섭합니다. 일본 연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꾼 것은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에반게리온의 완결은 정말 한 시대의 종언을 지켜본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끝이 나는 것을 지켜보니 더더욱 그렇게 느꼈습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이제 완전히 끝났으니 안노 히데아키 감독도 에바의 속박에서 벗어나 재밌는 신작을 선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에반게리온:3.0+1.01)에 대한 제 주관적인 평가는 '명작'입니다. 작품을 넘어 한 시대의 종언을 바라 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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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외에도 nhk에서 제작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1214일의 제작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좀 더 작품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고
특정 부분에 대해서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좀 더 이번 작품의 여운을 즐기고 싶다면 이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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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 후반부 장면에서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꽤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강도도 조금 센 편이니 관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크루엘라 영화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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