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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관람 후기 (The Irishman Review) - 여운 진한 허망한 인생사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19. 12. 11. 13:22반응형
안녕하세요.
지난 주 수요일에 영화 아이리시맨을
영화공간 주안에서 관람했습니다.
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인데
특이한 점은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입니다.
즉,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무료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휴대폰으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 전에 일부 극장에서 제한 상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제작 영화는 옥자에 이어서 두 번째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미국의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미 호파는 미국의 트럭 운전자노동조합의 노조 위원장으로서
23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을 이끌며 굉장한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마피아들과 한패가 되어 여러 범죄들도 일으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1967년에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1970년에 가석방 됩니다.
하지만 복역 이후에도 노조 위원장 자리에 대한 욕심은 계속되었으나
1975년 7월 30일 디트로이트에서 실종되어 아직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법적으로는 이미 사망처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장기 미제 사건에서 지미 호파와 같이 노조 간부였던 프랭크 시런이
자신이 지미 호파를 죽였다고 증언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프랭크 시런이 고백한 일화와
찰스 브랜든의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프랭크 시런의 조직생활 일대기를 장황하게 풀어냅니다.
그가 어떻게 조직에 가담하게 되었는지부터
현대까지 담담하고 장황하게 영상으로 풀어냅니다.
영화 상영시간은 무려 210분입니다.
3시간 30분인데 처음에 예매하고 상영 직전까지 ‘내가 이걸 무사히 다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매우 앞섰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상당한 몰입력에 놀랐습니다.
짧은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3시간이 넘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2시간 30분 정도로 느껴졌는데 처음엔 천천히 흘러가다 점점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상당한 여운이 남습니다.
보통의 느와르처럼 자극적인 장면은 없습니다.
범죄 장면은 있지만 다른 보통의 범죄 영화처럼 그 부분만 극대화하며 보여주진 않고
‘어떤 인물이 무언가를 했다’만 딱 깔끔하게 보여주는 식입니다.
대신 다양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욕심으로 인한 인물간의 물리적, 심리적 갈등이 담담한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실존 인물들의 실명을 사용하고 동시에 그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나오고,
(예를 들면 누구는 몇 년도에 현관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식으로 자막이 나옵니다.)또 실제로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쿠바 사태, 저격으로 인한 사망과 베트남 전쟁 등 실제 미국의 현대사와 같이 전개가 됩니다. 이로 영화 속 개인과 개인은 점점 거대한 역사의 폭풍에 휘말리며 더 큰 운명의 파도를 겪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은 최후반부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게 죽습니다.
이 영화의 전체 분량 209분 중 모든 갈등이 끝난 최 후반부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분량이 좀 긴 편입니다.
각자 다른 운명의 파도를 겪고 남은 생존자들이 모두 다 백발의 노인이 된 후의 삶을 보여줍니다. 분명 그들은 범죄자이나 사람이기에 화려한 삶을 살든, 비참한 삶을 살아 왔든 똑같이 죽음에 문턱에 서있습니다. 3시간가량 프랭크 시런의 일대기를 보고 난 뒤 거기서 오는 그 감정은 최근 몇 년간 느낀 여운 중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일품입니다.
조 페시,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이 3인의 연기력은 정말 나이를 뛰어 넘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영화에선 cg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시대에 맞게 세 배우들의 얼굴을 젊게 혹은 늙게 만드는데 개인적으론 어색함을 크게 느끼진 못했습니다.
CG로 젊게 만드는 디에이징 기술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원래 판권을 가지고 있던 파라마운트가 배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가 판권을 가져갔다고 하죠.
개인적으로 온전한 영상물이 나온 건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 진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옥자 땐 동인천의 애관극장까지 가서 관람을 했습니다..)
확실한 건 이 영화는 될 수 있으면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3시간 30분가량의 상영시간을 온전하게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곳은 극장밖에 없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시각적으로 현란한 장면은 없지만 휴대폰이나 작은 화면으로 볼 영화는 아닙니다. 집중력도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간만에 짙은 색, 묵직한 영화를 만났습니다. 오래간만에 영화를 통해 굉장한 여운을 느껴서 좋았습니다. 영화를 관람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만 허무한 감정이 아직도 가슴 속에 쌓여 있습니다. 허망한 인생사를 담은 영화가 어떻게 여운을 남기는지 (될 수 있으면) 꼭 극장에서 한 번에 보셨으면 합니다. 망, 평, 수, 범, 명작 중 제 개인적인 평가는 범작입니다.
참고로 인천은 영화공간 주안에서만 상영하는데 일단 12월 18일까지 상영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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