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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일러] 영화 오펜하이머를 3회차 하고 더 느낀 점을 정리한 심화 후기
    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23. 8. 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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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실버입니다.
    지난 8월 15일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
    원자탄을 만들고,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영화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긴 180분이란 상영시간동안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내용뿐만 아니라 많은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생각보다 밀도가 꽤 높은 작품입니다. 
    영화를 처음 감상한 후기는 이미 이전에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https://creativesilver.tistory.com/1212

     

    영화 오펜하이머 용산 아이맥스 관람 후기 (Oppenheimer Yong-san IMAX LASER REVIEW)

    안녕하세요, 실버입니다. 해외에선 이미 개봉을 했지만 한국에선 2023년 8월 15일 광복절날 정식 개봉한 오펜하이머를 용산 아이맥스, 용아맥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

    creativesilver.tistory.com

    그렇지만 이 오펜하이머 영화를 3번 정도 관람하면서 점점 더 자세한 부분이 보이고
    내용만 따라가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추가로 심화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그냥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전에 작성한 후기와는 달리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담겨져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

    흔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들은 '순행적 시간선'에서 '한 사건에 엮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병렬적 구성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이 순행적 시간선은 기존 작품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인셉션에선 다층 구조로, 인터스텔라와 테넷은 상대성으로, 테넷은 아예 역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순행과 역행을 한 공간에 같이 두기까지 합니다. 이번 오펜하이머는 순행적 구성이지만 3가지 시간대를 하나로 유기적으로 묶은 작품인데 사건 중심이 아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 시간대가 교차 편집되며 진행됩니다.

    시간 구조를 가장 잘 다루는 놀란감독답게 이번 작품 역시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180분이라는 가장 긴 상영시간이지만 컷이 상당히 많고 밀도가 엄청났고, 후반으로 갈수록 그 반응이 정점을 찍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액션과 스펙타클한 장면이 없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적인 작품을 이렇게까지 긴장감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눕혀진 모래시계마냥 트리니티를 기준으로 대칭적인 구조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느낀 점은 상당히 대칭적인 구조였습니다. 눈을 뜨고 감는 수미상관적인 구조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초반의 폭발 장면과 엔딩의 폭발 장면은 화면에서 클로즈업으로 잡느냐 전경으로 잡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다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연쇄 반응을 표현한 부분입니다. 초반 부분은 바닥에 고여있는 물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여러 물의 파동이 일어나지만 후반 부분은 여러 불바다가 일어납니다. 초반 부분은 물의 연속적인 파동을 위에서 바라보는 위치이지만 후반 부분은 지구,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높이, 영역대에서의 일어납니다. 물에서 불로 원소가 바뀐 것은 그 '뜨거운 연쇄 핵반응'을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보던 유능한 천재 혹은 신같은 오만함이 굉장한 젊은 시절의 오펜하이머였다면, 후반부는 그저 하나의 평범한 인간으로 격하된 오펜하이머가 절대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연쇄 핵반응에 자유로울 수 없는 당사자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라디오'를 통한 격하된 인간.

    트리니티의 성공 이후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로스 앨러모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트루먼의 라디오 성명을 통해 원자탄의 성공을 알게 됩니다. 두 눈으로 직접 실험 성공을 하던 것과 로스앨러모스에서 직접 전두쥐휘를 하던 모습과 다른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오펜하이머가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장, 책임자 그 자체에서 그냥 핵을 만든 대표 일개 과학자로서 평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노력을 통해 성과는 이루었지만 그에게 더이상 선택권은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자유와 권리, 권한이 사라진 상태처럼 느껴졌습니다. 초반~중반 과정에서 비범하고 천재적이었으며 때론 오만하고 이기적이기까지 했던 오펜하이머라는 인간이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한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묘하게 이 라디오라는 매체를 두고 개인적으론 2차 대전을 통해 일왕이 라디오를 통해 항복 선언을 하고 이후 현대엔 실제 권력이 없는 명예직이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한 것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컬러의 오펜하이머, 흑백의 스트로스

    한 번 흑백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컬러 영화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상을 보면서 일정한 양의 정보를 얻는 상황에서 '색'이라는 시각 정보가 아예 사라집니다. 대신 이 사라진 정보만큼 영상 속의 인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를 든다면 대사를 하고 있는 인물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행동이나 대사, 얼굴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떨림이 컬러일때보다 더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오펜하이머를 가만 둘 수 없는 스트로스의 감정의 폭풍이 더 강하고 생생하게 보입니다. 스트로스 제독의 시선은 더 날카롭고 말은 더 냉정하고 생각은 더 잔혹하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왜 똑같이 컬러가 아닌 컬러를 오펜하이머에게, 흑백을 스트로스 부분으로 할애했는가' 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판단한 오펜하이머의 유능함을, 편협적이고 겉만 보며 판단한 스트로스의 부족함을 시각적으로 단순화해 표현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의외였던 점은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를 일방적인 선과 악의 구도로 잡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관객이 직접 판단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벤하이머'의 2편.

    외국 사람들이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묶어 바벤하이머로 농담삼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바비를 보고 오펜하이머를 보니 그게 가벼운 농담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 작품은 묘하게도 정반대의 구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자유도가 완벽하게 대칭구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비는 점점 주인공이 절대적인 자유의지를 갖게 되고 오펜하이머는 오히려 그 자유도가 박탈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맞붙는 정 반대의 작품들의 만남이라 그런지 더더욱 인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비를 먼저 보고 오펜하이머를 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의 순서는 조금 괴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엔딩과 아인슈타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간대 / 오펜하이머의 비공개 청문회 / 스트로스 제독의 청문회. 이렇게 3영역의 시간대가 다 마침표를 찍은 상태에서 이 영화의 엔딩은 다시 초반에 나타났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면 장면을 보여줍니다.

    내내 순행적 흐름을 보였던 작품이 유일하게 시간대를 역행, 반복하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감독의 의도와 메세지가 가장 강력하게 들어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엔딩 부분에서 여러가지 대화가 오고갑니다. "상을 받는 건 나였지만 그 상은 나의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이룬 성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연쇄 반응이 시작되었다." 이 대사들은 영화 속 세 영역대에 걸쳐 오펜하이머의 공과 사의 영역을 통달하는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첫 마디는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 기만과 오만함으로 가득찬 인성을, 두 번째 마디는 트리니티 이후 온갖 사상검증을 당하는 전후 청문회 시절의 모습을, 마지막은 그가 우려하던 대로 인류가 그의 창조물 아래에서 영원한 위협, 상호확증파괴의 냉전체제에 돌입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엔딩의 세 문장의 대사로 오펜하이머는 성과를 이룬 공적인 영역, 불륜과 자만심과 기만이 넘쳐난 사적인 영역 모두 역사 속애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이 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그가 비록 스트로스와 선악 구도의 대결을 버텨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 외에도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워너브라더스를 떠나 유니버셜로 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18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시간의 교차, 적은 CG사용, 물리학에 대한 자신감, 정말 많은 명배우들을 캐스팅한 점, 흑백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라는 기술적인 성취 등 여러 부분에서 놀란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 뚝심이 어느 작품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덩케르크나 테넷보다도 더 느껴졌습니다. 이미 3회차를 했지만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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