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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관람 후기 - 기괴한 대낮의 롤러코스터영화 및 영상물/영화후기 2019. 7. 15. 03:09반응형
안녕하세요, 실버입니다.
오늘은 영화 미드소마를 봤습니다.
사실 공포영화는 잘 안보는데 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오늘 관람했습니다.
영화는 가족이 죽은 대니,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 그리고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한 여름, 낮이 긴 날, 90년 만에 열리는 9일간의 축제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곳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되면서 이들에게 생기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1.
제 친구는 영상,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다닌 친구다 보니 저보다 훨씬 더 영상에 대해 지식이 상당합니다. 종종 이렇게 후기 글을 작성할 때에도 많은 영감을 제게 던지기도 합니다.
그 친구가 가끔씩 하던 이야기가 있는데
“공포 영화 감독은 다른 장르 영화를 만들면 연출을 잘 한다.” 식의 말이었죠.
실제로 최근에 개봉했던 아쿠아맨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인물이나 서사 관계는 너무 전형적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장르를 비트는 부분에선 탁월한 연출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죠.
이번 미드소마는 대낮에 일어나는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추천을 받고 호기심이 갔습니다.
‘해가 뜬 대낮에 무서운 일이 있어도 정도껏 무섭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호되게 당했습니다.
2.
호러 무비, 공포 영화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분류한다면 오컬트 영화라고 봐야 한다 생각합니다. 굉장히 기괴한 영화입니다. 직접적으로 공포감을 주는 장면, 연출, 기법(컷 전환으로 갑자기 놀라게 만든다 등)은 없습니다. 다만 끔찍한, 고어한 장면은 굉장히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불쾌감을 줄 요소로 가득 차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3.
확실히 기존의 공포 영화들과 다른 영화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공포 영화라는 평도 수긍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공포영화들과 차별되는 요소를 꼽았습니다.
그 첫 번째로 영화의 거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다 대낮에 일어납니다. 모두가 깨어있고, 모두가 활동하는 그 대낮에 일어납니다. 해가 떠 있는 대낮을 통해 어두컴컴한 밤의 ‘미지의 영역’이 아닌 ‘적나라’하게 상황을 겪게 한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두 번째는 예측 할 수 있게 상황을 직접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영화들이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는 듯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는 관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날 것이고 어떻게 될 것이다’를 정확하게 예측하도록 만듭니다. 이는 영화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등장인물에게 작품 속 물리적인 공간과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빈틈, 관객에게 각기 다른 떡밥을 생각하며 몇 수 앞의 내용을 예측하는 이런 빈틈을 찾는 행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 그냥 수용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정리하자면 롤러코스터의 가장 높은 부분에서 바로 앞의 급 내리막길을 보는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 번째는 긴 호흡입니다. 상영 시간이 무려 두 시간 반에 가깝고, 영화의 호흡마저 굉장히 느립니다.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상황인데 피하지는 못하는 극한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도록 해서 몰입도를 높였다고 봅니다. 또 이런 긴 호흡을 통해서 관객이 영화 속 등장인물의 옆에서 미드소마를 체험하고, 현장의 사건들을 직접 관찰하게 만드는 효과도 일으켰다고 봅니다.
4.
사람마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내용 해석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 유명한 평론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개인으로 보면 힐링 무비,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작게는 연인에서 크게는 가족까지), 집단으로 보면 원주민과 이방인의 갈등, 이렇게 내용 해석이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또 확실히 사람마다 어느 부분에선 코믹하게 느껴지는 요소가 있습니다.
(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굉장히 심각했는데 상영관 내에서 다른 분은 정말 자주 웃으셔서 아리송했습니다.)
사람마다 해석하는 내용도, 받아들이는 장르도 달라 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기괴하고 잔인하고 고어의 농도가 굉장히 강합니다.
5.
전체적으로 기괴한데 상당히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연출 기법, 색감, 특히 미장센이 굉장히 세심한 영화입니다.
인물들 간의 대화 장면에선 거울 배치를 통해 상반된 두 인물의 입장을 볼 수 있었고, 장소 전환이나 거꾸로 된 풍경 역시 앞으로의 영화 흐름을 대변해 주는 연출이었습니다. (거꾸로 된 장면에서 자막도 거꾸로 나오는 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효과를 통해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몽환적인 연출도 일품이었습니다.
미드소마가 진행되는 장면과 마을 주민들의 의상과 건물 등의 색감은 전체적으로 파스텔 계열의 색상으로 상당히 화려했습니다. 장식이나 구도 하나하나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공 들였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미드소마라는 행사는 넋을 놓고 바라봤습니다.
(물론 영화의 몰입도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6.
신체 훼손, 고어가 담담하지만 상당히 강렬하게 나옵니다. 직접적인 폭력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뇌에서 각인이 될 정도로 클로즈업이 된 상태로 길게 컷을 보여줍니다. 중반까지는 중간 단계의 잔인함이지만 중후반부터 영화자체의 기괴함과 조합이 되어 잔인함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 수준으로 만들 정도의 고어함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데 많은 분들께서 높은 확률로 불호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가 잘 만든 건 이해하지만 불호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아주 단단히 각오를 하시고 관람을 하시길 바랍니다. 혹시나 신체 훼손이나 고어물을 못 본다면 미드소마 관람을 자제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경우에 따라 트라우마를 유발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리해서 제 개인적인 평가는 ‘수작’입니다. 미드소마는 기괴한 대낮의 롤러코스터입니다. 이미 열차는 떠났고 나는 최고점에 있으며 앞에 보이는 건 심한 내리막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벗어날 수도 없죠. 이 영화는 이런 감정을 두 시간 반 동안 관객들에게 천천히 선사합니다. 잘 만든 불쾌감의 가장 정점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괴하고 불쾌감은 들지만 영화 연출, 미장센 등에선 정말 배울 게 많은 영화입니다. 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은 보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분들에겐 쉽게 추천을 못하겠습니다.
+
꽃미남으로 알려진 ‘비요른 안데르센’이 잠시동안 비중있게 나옵니다.
++
커플의 경우 관람 후에 오히려 싸우는 커플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영상비율이 2:1로 특이한 비율인데, 한국에선 완벽하게 이 영화에 맞게
마스킹이 되는 극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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